본문 바로가기
도서

[서평] 기욤 뮈소의 파리의 아파트

by dwinfo 2026. 1. 12.

기욤 뮈소의 『파리의 아파트』

 

이 소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전직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의 우연한 동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사람은 파리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숙소를 임대하지만, 예약 시스템 오류로 같은 기간에 같은 아파트를 예약하게 된다. 이 아파트는 이미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천재 화가 '숀 로렌츠'의 집이었고, 두 사람 모두 이 매력적인 공간을 양보하기 거부하며 원치 않는 동거를 하게 된다.

 

아파트의 주인이였던 숀 로렌츠는 생전 미술계의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었지만, 유괴된 아들이 사망한 후 삶이 무너져 아내와 이혼하고 끝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의 법정 상속인은 매들린에게 숀의 마지막 작품이 존재할 것이라며 이를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매들린은 함께 머물게 된 가스파르와 숀의 작품을 찾기 시작하며, 이 과정에서 숀은 아들이 살아있다고 믿은 채 그를 찾아 헤매다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두 사람은 마침내 숀이 남긴 마지막 작품을 찾아내고, 그 속에 숨겨진 '아들은 아직 살아있다'는 믿음의 흔적을 확인하게 된다. 가스파르는 아들이 실제로 살아 있을 가능성을 믿고 그를 찾고자 하지만, 매들린은 숀의 믿음을 망상이라 단정하며 가스파르를 말린다. 그러나 가스파르는 아파트에 있던 숀의 옷을 입고 숀의 향수를 뿌리며 끝까지 아들의 흔적을 쫓는다. 그는 전직 형사였던 매들린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들린이 자신을 돕도록 만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수차례 충돌하면서도 서로에게 의존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가스파르는 극작가로서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삶은 알코올에 의존해 버텨온 인물이다. 술이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비루한 삶을 견디게 해주는 윤활유라 믿던 그는, 숀의 아들을 찾기 위해 술을 끊게 되고 결국 술 없이도 스스로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숀에게 추억은 지난날의 아름다운 기억 속에 갇혀 현재를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가스파르는 숀의 아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추억이란 지난날 경험했던 아름다운 일들을 감사하게 되새겨보는 시간일 뿐이라며 숀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파리의 아파트는 괴팍하고 불완전한 두 인물이 숀의 아들을 찾는 여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인간이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성장하기도 하지만 너무 깊이 갇히면 타인과 소통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의 세계는 단단해야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세계와 맞닿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폐쇄가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탐색하며 더 유연하고 단단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당신은 지금 나만의 세계를 단단히 세우고 있는가? 아니면 타인의 세계에 맞닿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