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당신에게 여행이란?

영화 등의 매스컴에선 여행을 추구의 플롯으로 다룬다. 추구의 플롯은 무엇인가? 바로 깨달음이다. 주인공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을 떠나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을 얻는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매스컴은 여행을 깨달음으로 다룬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며, 희망했던 것보다 못한 성취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생을 살며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해도, 우리는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린다. 여행 또한 생각했던 계획대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날씨의 변덕으로 계획이 어그러져도, 당시엔 속상하지만 훗날 돌이키면 그 나름의 추억으로 삼고 그때를 회상하며 기쁨을 찾는다. 그래서 인생과 여행은 신비롭다.
저자에게 여행이란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되는 것이라고 한다. 영감을 얻기 위해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고 한다. 즉, 그것과 멀어진다.
멀어진다는건 과연 무엇을 뜻할까?
사람은 자기의 정체성을 중요시 여긴다. 한국인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당연시 여기며 살아가지만, 흑백요리사의 "에드워드 리"처럼 이민을 떠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나의 정체성이 무엇인 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에드워드 리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단지 자기의 국적이 무엇인가를 묻는게 아니다. 주위로부터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의 인정을 받지 못하기에 생기는 의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타인의 인정을 통해 비로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작가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그 글을 읽은, 다시 말해 독자에게만 작가일 뿐이다. 여행을 떠나면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즉, 나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며, 이는 아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할 것이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나의 정체성이 모호한 여행지에서 내가 당연하게 느끼던 것들이 멀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되는 것이 김영하 작가가 여행을 가는 이유인 것 같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함인가? 아니면 그로부터 무언가를 느끼고 배우기 위해 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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